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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신대의 추억

감신대의 추억 - 여정 속의 방황

 
감신대의 가르침을 돌아보면 참 유익한 것들이 많았지만 교리와 근뽕 그리고 성령춤에 사로잡힌 나는 제대로 그 유익을 누리지 못했다. 사실 모세오경을 모세가 썼든 쓰지 않았던 간에 충실히 일상을 살아가면 될터인데 모세가 저자가 아닌 것을 알고 신앙을 잃은 친구나 그것이 반드시 모세여야 한다고 우기며 온갖 서적을 뒤져가면서 투쟁적으로 공부하던 친구나 둘다 어쩌면 하나님을 아는 신앙의 여정 가운데에서 방황 중이었던 것은 확실한듯하다.

 

후자의 학생이었던 나는 개혁주의 신학책이나 노르만 가이슬러 같은 성경무오에 관한 책을 읽으며 감신대 교수님들을 반박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술을 마시며 다나와 하는 사람이나 교수님들을 마귀라 생각하며 떠나가 기도를 하는 사람이나 지금 돌아보니 그 방황의 결은 비슷했다.

 

돌아보니 더 중요한 것은 기도파나 운동파나 술마시는 깨어있는 자유로운 사람이나 안마시며 주여하는 복음주의 예수님의 사람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흘러가는 일상이었다.

 

있는 자리에서 성경을 묵상하고 조용히 골방에서 기도하고 내 곁에 있는 선후배 동기들을 낮은 자리에서 경청하고 섬기며 사랑하며 학생의 신분으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내 소신대로 이 사상 저 사상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신학교의 생활이었었는데…

 

(그래도 술은 작작 좀 마셨으면 좋았을텐데 솔직히 술고래만 아니었어도 사신연 형님들 말씀에 귀를 기울였을텐데 워낙 알콜스피리춸포비아(술마시면 지옥간다는 두려움)로 인해 사실 그분들의 말에 귀 닫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솔직히 CCM틀어놓고 기숙사 방에서 야동 크게 틀어놓고 좀 그렇지 않나? 메시지와 메센저가 동일해야 선배고 후배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서는 조용히 몰래 혼자 해결해야 할 것이 있는거다. 아무튼 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고…)

 

아무튼 신앙은 여정이다. 그 시절을 생각할 때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나였지만 가장 크게 방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분 안에 여정 중에 있음을 고백할 수는 있다. 그 증거는 일상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자하는 나의 삶의 태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