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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신대의 추억

감신대학원의 추억 - 조건부 영어

 
오늘 아내와 신학생들 사실 공부 못한다라는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조건부 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조건부 영어라는 말을 듣는데 대학원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조건부 영어란 대학원을 진학할 때에 영어시험에서는 떨어졌지만 다른 과목은 합격했을 때, 대학원에 입학을 조건부로 합격한 것으로 인정해주는데, 1년 동안 한 학기마다 조건부 합격자들을 위해 개설되는 영어과목을 수강한 후에 그 과목을 PASS하면 온전한 합격이 되는 것이요, 1년간 주어지는 두 번의 기회를 놓치면 불합격이 되는 제도이다.

 

솔직히 영어시험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간단한 번역문제 및 문법문제 였는데 그때는 왜 그리 그게 어렵게 느껴지던지…

 

나는 참고로 조건부 출신으로 첫번째 영어과목에서는 떨어지고, 두번째 조건부에서 교수님의 무조건적인 은혜로 말미암아 합격을 했던 전적이 있다.

 

회상하자면 첫번째 조건부 영어는 김준우 교수님이 John Shelby Spong 감독의 “Why Christianity Must Change or Die”를 가지고 수업을 들었는데 이 책을 읽을 만큼의 영어실력이 안되어(노력을 안해서) 떨어졌고, 두번째는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을 이현주 교수님이 가르치셨는데, 이 교수님은 책 전체를 필사하여 주어, 동사, 명사, 형용사, 타동사, 자동사 등등의 구문분석을 해오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숙제를 시키셔서 그 숙제를 해온 사람에 한에 조건부에서 온전한 합격을 허락하셨다.

 

나는 영어를 좋아하는 학생이지만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영어시험에서 떨어졌지만 조건부 영어과목수강을 즐겨했다. 왜냐하면 영어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대학원에 조건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조건부로 영어를 계속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영어시험 합격하여 영어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 무슨 괘변이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조건부로 인해 정말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고, 타국에서 영어로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영어로 살아가는 이민자로서 나의 이민인생의 튼튼한 기초가 되었다.

 

웬만하면 영어를 잘해도 합격하지 말고 일부러 떨어져서 계속 영어의 끈을 놓지 않는 신대원생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