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연회시즌이 되면 감신대 기숙사의 추억들이 이상하게 떠오른다. 공부할 머리가 아니기에 읽은 책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옛적 기숙사의 쾌쾌한 반지하의 공기, 군대갔다 오셔서 깔깔이를 입고 돌아다니시던 복학생 선배님들, 밤이나 새벽이나 시끌시끌 소란스럽던 캠퍼스의 전경은 아직도 마음속에 생생하다. 사감교수님이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없으셨는지, 아니면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학생중심으로 학생의,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감신대 기숙사야 말로 신학과 철학 그리고 인생이 실제로 펼쳐지는 실험의 장소였다. 빨간잠바를 입고 계셨던 그 선배님은 항상 공무원 책을 두둑히 책상에 쌓아놓고 공부를 하셨었다. 그리고 어느 봄날, ‘얘들아 수고해라 나 간다!’라고 소리치시며 유쾌하게 기숙사를 떠나셨다. 내 희미한 기억으로 공무원 시험을 합격하셔서 이제 더 이상 기숙사를 고시원 삼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 선배님은 지금 쯤 어디까지 올라가셨을까?
긍휼함이 넘쳤던 은혜의 장소 감신대 기숙사에는 목회자 뿐만 아니라 제법 많은 공무원들도 배출되었으리라. 학생이 관리했으니 밥도 정말 맛있었고, 영성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새벽기도 등의 의무도 없었기에, 스스로 자립하고 스스로 기도할 수 있었던 작은 광야가 때때로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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