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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 보물

내가 경험한 술

pixabay
이민을 와서 제일 처음 시도했던 것이 맥주와 포도주를 아내와 함께 마셔보는 실험이었다. 그 전에 나는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면 안되는 나실인이었기에 온갖 유혹과 핍박 속에서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실험 당시 내 나이 35세, Liquor Shop에 들어가는 것이 벌벌 떨린다. 점원이 신분증을 요구하는데 마치 고등학생이 사면 안되는 술을 사는 것 같은 스릴감이 넘쳐 흐른다.

 

몇 년 전만 해도 뉴질랜드는 주류를 자격증이 있는 주류판매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대형마트와 주류판매점 혹은 자격증이 있는 식당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또한 술에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며, 술을 마시면 안되는 금지구역도 따로 있다. 이민을 와서 거리에서 술에 취한 사람을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아무튼 어떻게 마시는지도 모른채 집에 와서 일단 맥주 한 병을 안주없이 들이켜 본다. 아내는 한 잔 먹어보더니 이 쓴걸 어떻게 먹냐고 나에게 도로 준다. 돈이 아까워 그것도 내가 다 마셔버린다. 포도주 맛이 궁금해서 포도주도 마셔본다. 달달한 설탕물인 줄 알았는데 너무쓰다 하지만 돈이 아까워 다 마셔버린다. 몽롱해지기 시작하고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간 이후에 정신을 잃었다. 아내가 부축해서 침대로 옮겼다는데 기억이 없다. 이게 필름이 끊긴다는 거구나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정신을 차렸는데 사사기에 야엘이 시스라의 관자놀이에 말뚝을 박는 고통이 이런 고통이었을 것이다라고 생각이 들만큼 머리가 터질 듯 아팠다. 그 다음 날 교회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동료 목사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술은 음식과 함께 먹고 조금씩 먹고 한 잔이면 딱 좋다고 보스 목사님이 말씀하신다. 그 말을 듣고 몇 번 더 시도했지만 나와 술은 몸에 안맞는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는 마시지 않았다. 구입한지 5년이 넘은 맥주와 포도주가 지금도 찬장 한 구석을 채우고 있다. 가끔 친한 손님이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때에 와서 술 한잔 달라고 하면 그 남은 술 한 잔씩 따라주기도 한다. 자주 있지는 않지만 종종 결혼주례를 마친 후에 피로연 분위기 맞춰주려고 신랑신부와 부모님들과 축하객들과 즐겁게 포도주 한 잔, 맥주와 사이다 섞은 쉔디 한 잔 할 때도 있다.

 

맛을 생각하면 그렇게 쓴 술 왜 먹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만 인생의 쓴 맛을 몇 번 경험해보니 그 쓴 술 사람들이 왜 마시려고 하는지는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결론 :
“그리스도인이 술을 마셔도 되나?”
“몇 살인가?”
“18살 이상입니다”
“그럼 왜 그걸 나한테 물어? 그걸 왜 목사한테 물어? 그걸 왜 하나님께 물어? 니가 알아서 먹든지 말든지 선택하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