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내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수능을 도전하셔서 우리 동네와 가까운 전문대학에 입학하셨다. 대학 졸업 후, 어머니는 목원대 3학년을 편입하셨는데 그래도 집이 대전과 거리가 멀어 한 학기동안 기숙사에서 몇 일 지내게 되셨다.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인지라 사실검증은 필요하나 우리 엄마 이야기이니 나는 진리로 믿고 있다. 본래 관계가 있으면 똥이 된장이라고 해도 믿는 법이다.
아무튼 어머니는 기숙사에서 지내셨는데 어느 날 점오시간(응?)이 있었다고 한다. 다 찬 땅바닥에 줄을 서서 점오를 하고 군기를 잡는 시간이 있었나보다. 한참 선배들의 훈계가 이어지고 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일어나셨다.
“야 이게 뭐하는 짓들이냐! 나 엉덩이 차가워서 못살것다 방으로 간다 이~!”
그때 어떤 띨띨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안됩니다. 모든 기숙사생들은 다 참석을 해야 합니다.”
어머니는 기가 차서 말씀하셨다.
“너네 이러는거 교수님들이 아냐? 어떻게 목사님들한테 말해봐?”
그리고 기숙사 방으로 다시 돌아가셨다.
한번은 어머니가 성경을 쓰면서 너무 공부가 힘들어 스올로 내려가나이다라는 구절을 썼는데, 어떤 여학생이 보더니 왜 나 지옥가라고 하냐고 따졌던 일도 있었다.
어머니는 수업도 참 열심히 들으셨다.
한창 감신대 역사신학자와 목원대 조직신학자의 신학논쟁으로 후끈하던 시절, 기도 많이 하고 성령충만하다는 어떤 교수의 수업을 들었는데 갑자기 수업시간에 부조리한 교단과 교회를 이야기 하며“씨발~”이라고 욕을 해서 깜짝 놀랬다고 한다.
1학기를 다니신 후 어머니는 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하신 후에 학교를 자퇴하셨다.
목원대 한 학기를 다닌 신학공부 후기에 대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 돈지랄이야 신학 공부한다는게 목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영성을 가르치면 신학생들이 바로설텐데 말이지 무슨쩍학 무슨쩍학 다 소용없는 학이더라 성경만 제대로 가르치고 진정 예수가 누구인지 가르치고 본인이 정말 고생할 각오가 된자가 목사해야지 화려한 모습의 목사들 실제모습 설교도 진짜 해보면서 교회 탐방하고 교인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가보고 하면 그게 신학이지 학생들 앞에서 그럴싸 하게 하는 교수들 실제와 정말 너무 달랐어”
그렇게 우리 집은 아버지는 협성, 어머니는 목원 그리고 아들은 감신인 감리교 최고의 명문집안이 되었다.
신학교를 개혁하고 싶은가? 목회 20년 이상 한 사모들을 신학교 학부에 입학시켜서 그 후기를 자녀들에게 듣게 하고 글을 쓰게 하라. 그러면 변화가 일어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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