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교수
*6년 전에 쓴 글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던 어느 가을날, 기독교교육 수업을 들었던 때가 기억이 난다. 굉장히 젠틀하게 생긴 남자 교수였다. 학기 말이라 그런지 그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한명씩 이름을 부를 때, 본인이 빠진 날수를 알려주면 그대로 성적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수업을 엄청 많이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날 수업시간에 '저 한번도 안빠졌어요'라고 대답하면 100% 출석을 인정하겠다는 말이었다.
분위기는 술렁술렁거렸고, 마침내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를 때, 많은 학생들이 자신은 수업에 빠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나는 굉장히 당시 삐딱선을 타고 있던 때라 그 교수의 제안이 마음에 안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교수의 제안을 얼씨구나 얼싸안고 대답을 하는 학생들이나, 그런 유혹의 덫(?)을 놓고 강단위에서 보이지 않는 조소와 조롱을 날리는 교수도 맘에 들지 않았다. 모든 학생들이 다 그렇게 자신이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고 대답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나는 역으로 그 교수에게 나의 과실을 고백했다. 출석부에는 한번빠진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저는 일찍 출석을 부르고 기숙사에서 잠을 잤습니다. 결석으로 쳐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두번 빠진 것으로 기록되었고, 시험도 그리 잘 보지 않아서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
그 교수는 왜 그런 제안을 했을까? 자신의 기독교교육의 강의를 학생들의 정직함을 보고 본인 스스로를 평가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런 유혹에 정직하지 못하게 반응하는 학생들을 보며 혀를 차며 이런 것들이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된다니라며 조소를 날리고 싶어서 그랬을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또 몇가지 추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