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일생

저 높은 보좌에서 내려오기

감신 2022. 5. 29. 18:02
 
나라는 목사, 한번도 자기 손으로 사업을 이루어보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의 삶의 방향을 말씀으로 도운다고 하나 정작 본인은 삶이 얼마나 무거운지 모른다. 한국에서 교회의 녹을 먹으며 도서비, 생활비, 자녀교육비, 주유비 그리고 따로 사례비까지 받는 사람이자기 손으로 벌어먹은 경험이 한번도 없기에 밖에 나가 일하기가 두렵다.(하지만 실상은 한번도 중대형 담임경험이 없기에 사례비외에 목회활동비는 받아본적이 없다.)

 

사실 나는 현지교회에서 일하면서 뭔가 교회가 나를 도와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말 딱 일한 만큼만 준다. 더 달라고 했지만 딱 그 만큼만 줄수 있다고 했다. 끊임없이 나가는 렌트비,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교회가 아니라 '나’요, 그것은 당연하다.

 

이 글은 내가 섬기는 교회를 비난하거나 신세를 한탄하며 쓰는 글이 아니다. 얼마나 뉴질랜드 교회와 한국교회가 갖는 목회자의 인식차이가 다른지를 말하고 싶어서, 그리고 앞으로 내가 나아갈 방향의 현실을 직시했고, 그 직시한 현실속에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딛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사실 난 키위교회에서 일하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또한 지금도 나는 그 자신감으로 충만하고,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 어쩌면 교만할 정도로…

 

그 자신감의 근거는 돈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돈은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어를 쓰는 환경, 그리고 한국인만이 아닌 여러 다양한 인종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면 나는 굉장한 “기회부자” 또한 “사람부자”라 믿는다. 그래서 이 자리에 있음에 자랑스럽고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내 마음의 깊은 곳에 목사는 목회외에 일을 하면 안된다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지배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아내도 일을 해야 하고, 나도 일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당연히 일을 해야 했는데, 이런 과정 속에 하나님은 갑자기 상황을 변화시키면 충격이나 상처를 받을까 내가 변화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한번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선뜻 그 첫 발걸음이 두렵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인데,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이 되셨다. 그 성육신의 신비를 이해하려면, 목사는 일을 해야 한다. 그저 삼일 체험, 한달 두달 체험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가족의 살림이 돌아가지않는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일을 해나가면서 일도 하고 목회도 하는 그런 일 말이다.

 

그래, 중대형교회 담임목사라면, 목회만 해도 부족한 것이 시간이기에 풀타임으로 목회에 전념해야지…

 

하지만 뉴질랜드 목사들은 이미 다른 직업으로 삶을 살아간 경험이 통과했다. 그리고 전도사, 부목사, 등등은 교회에서 100% 흘러넘치도록 사례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구조자체가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교회에서 사례비를 보장하지 않아도, 교회봉사를 계속 하고 있다는 말이다. 목회를 계속하기 위해 일을하는 것, 그것이 일함의 목적이다.

 

그렇게 교회봉사를 계속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고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사역이 커지고
어느 새 그 사역의 리더가 되어버림으로서 교회가 그 리더가 된 사람에게 사례를 줘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될 정도로 사역이 부흥할 때에 비로소 교회는 그에게 타이틀을 주고 그는 교회에서 녹을 받는 풀타임 사역자가 된다.

 

선교사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일을 감당하다가 선교의 꿈이 생기거나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던 직업을 그만두고 신학교를 가지 않는다. 본인의 일을 계속 하고, 모금활동도 스스로 하면서 단기나 장기로 직접 선교지에 간다. 그리고 교회의 아무런 지원도 없이 학교도 세우고 우물도 파고 고아원도 설립하는데
그 사역이 어떻게 입소문이 나서 교회에 알려지게 되고,(입소문이 안나도 할수 없고...) 교회에서 먼저 혹시 지원이 필요한지 그 평신도 선교사에게 묻게 되고, 관계와 신뢰가 어느정도 무르익고, 때가되면 그 교회의 이름으로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선교일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풀타임 선교사로 그 사람을 파송하는 구조가 뉴질랜드다.

 

그렇게 파송을 한후 교회는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그 선교사가 선교사 될 수 있도록기도와 교육과 훈련을 지원한다. 이들은 돈 때문에 목회하지 않는다. 또한 이미 돈을 어떻게 버는지를 알고 있다. 다시말해 돈 때문에 선교를 하는게 아니다.
내 동료 부목사 중 한명은 코카콜라 매니져였는데 그만두고 목회자가 되었고, 다른 한명은 뉴질랜드, 호주를 통틀어 가장 큰 발레용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스스럼 없이 돈 때문이라면 목회하지 않는다라는 그들의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교회를 통해 영주권을 받고 교회를 통해 이민이 시작되었기에 어쩌면 한국식 사고로 다 책임져주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회목사들이 어떻게 목사가 되었는지를 생각한다면, 나는 불평보다는 다른 이들에 비해 더 큰 특혜를 준 교회에 더 감사해야 하는 자가 되야 한다.

 

이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그 도약은 목사는 이렇게 해야되라는 내가 세운 높고 높은 보좌에서 내려와
사람이라면 당연히 겪어야 할 삶이라는 바람을 직접 맞으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람을 배우고 인생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더 깨닫는 인생공부의 자리로의 도약이다.
물론 이민 3년 방문비자, 학생비자, 오픈워크비자 동안 이일 저일 다 해보고 여러 인생의 참 맛을 맛보았지만, 그냥 나 해보았소라는 얄팍한 간증의 차원에서 지금 그렇게 살아가는 실증의 차원으로 더 나아가자.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장 11-13절)
-> 아직 풍부에 처해보질 않았기에 이제 좀 풍부를 체험할 수 있게 노력해야지… ㅎㅎ
주님의 가장 강력한 능력은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놓게 하심이지, 바다가 갈라지거나 하늘에 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고백한다. 자 이제 실행할 때다. 그 실행의 이야기들을 또 글로 남겨보자!

 

나도 세금을 많이 내고 싶다. 국가보조금을 받는 사람에서 뉴질랜드라는 국가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짜 좋아하지 말고, 공짜로 주는 사람이 되자.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같이 이렇게 부족한 목사에게도 이런 고백이 이렇게 힘든일인데... 목사들에게 이 고백은 베드로의 신앙고백,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라는 고백을 방불케하는 고백이라 생각한다. 하나님이 아니라면, 이 고백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