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년

고난의 밤이 필요한 이유

감신 2022. 5. 10. 06:38
 
아내와 함께 길을 걷는데
조금 허름한 다리가 하나 나왔다.
해는 져서 어둡고
간신히 다리의 형태만 보였다.

 

다리 밑 물 흐르는 소리
발밑에 돌멩이 하나를 던졌는데
높이가 제법 되는지
퐁당 소리가 바로 안 난다.

 

다리의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다리가 몇 년 되었는지
무너질 확률이 어떻게 되는지를
자세히 다 알면 건널 수 없을 길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어둠 때문에
두려움은 있었지만
다리를 끝까지 건너갈 수 있었다.

 

고난의 밤
앞이 보이지 않기에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주어진 내 앞길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어서
걸어갔을 뿐이다.

 

밤이 지나 낮이 되어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때
낮이었다면 지나올 수 없었을 길을
밤이었기에 지날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고난은 어쩌면 하나님이
인간의 마음을 수술하실 때 필요한
마취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