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의 추억

Th.M 그리고 M.div(외부인과 토박이)

감신 2022. 1. 7. 06:22
대학원에 들어가니 M.div 원우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해를 돕자면 감신대 신학과 4년을 마치면 대학원을 진학할 때 논문을 쓰는 “본” 대학원, 논문을 쓰지 않는 대학원 과정을 밟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학과 출신은 2년만 하면 되고, M.div 원우들은 3년을 해야 한다. 해외에 나와보니 유학하는데는 Th.M 보다는 M.div가 더 유리한 것을 알게되었다. 기독교교육과와 종교철학과 졸업생 역시 M.div로 분류되지만 4년 혹은 7년에서 8년까지 함께한 끈끈한 우정으로 인해 별로 크게 서로 이질감은 없다.

 

하지만 외부학부를 졸업하고 온 사람들, 어느 정도 세상의 험한 풍파를 겪고 부르심을 받고 온 이들과 토박이들의 불꽃튀는 견제와 무시가 시작된다.

 

이제부터 Th.M은 토박이로(Th의 ㅌ발음을 따서), M.div는 외부인(v발음의 부를 따서)으로 명명한다.

 

토박이는 어린 시절부터 신학으로 바쳐진 몸이기에 자신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 그런이도 있지만. 또한 파릇파릇 20살부터 선배들로부터 듣던 역사적 예수, 본문비평, 편집비평, 성서의 형성사, 침묵, 다원주의라는 “신”신학의 거친 파도를 뚫고 나오며 혼돈과 암흑과 방황의 시간을 거쳐왔기에 이런 방황없이 대학원에 들어온 외부인들을 무시하고 혹시나 대학원 수업에 본인들이 예전에 했던 질문을 교수에게 던지기라도 하면 ‘아 저거 내가 예전에 고민했던건데 지금 저 질문하네’라며 무시하는 마음이 솔솔 올라오는 것은 당연한 것일게다.

 

외부인 역시 토박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열정을 갖고 진지하게 신학하러 왔는데, 맨날 수업시간에 자빠져자고 뒤에서 피파축구게임하고, 맨날 수업은 늦고, 과제도 제대로 안하는 모습에 ‘뭐 저런 것들이 신학생이었다고 뻐기나’라는 눈빛으로 무시할만 하다.

 

내 자랑을 하자면 나는 외부인들에게 아주 친절했고 나이가 많으면 깍듯하게 형님이라 부르며 그들의 고민들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짝사랑 하던 누나도 외부인 출신이었고(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의 아내 역시도 외부인 출신이다.

 

부정적으로 보면 나의 위치는 박쥐같았지만, 이편과 저편에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하루는 기숙사 새벽예배 후 장XX 교수님의 성령불 꺼뜨리는 찬물새벽설교 후 기도시간에 나는 평소 하던대로 크게 주여삼창을 외치며 축사기도를 시전했다. 이런 기도를 학부출신 대학원생이 하는 것이 참 놀라웠던지 새벽기도 후 채플을 나서는데 장 교수님이 나를 불러세운다.

 

“자네 외부인 출신인가?”
“아니요, 저는 토종중에 토종 학부출신이요, 기숙사 지파중에 참 기숙사인이며(장천생활관은 기숙사 출신으로 볼 수 없다. 종합관 출신이 진짜 참 기숙사 출신이다.) 뼛속까지 감신대생인데요.” 라고 대답했더니

 

“학부 출신에 자네같은 사람은 처음보네”라는 칭찬을 들었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 기도하는데, 또 하루는 이XX 교수님이 나를 부르신다.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것 좋은데 내가 정말 신뢰하는 여학생 샛별이가 네가 핏대를 높이며 하는 ‘예수의 이름으로 더러운 귀신은 떠~!!나갈찌어다!”라고 할 때 그 “떠”에 깜짝놀라서 기도를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좀 자제해 줄래?”라고 말씀하셨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참 연세교를 다니며 대적기도 1,2,3,4편을 읽고 나의 삶에 적용하던때라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샛별이라는 친구에게 사과를 전한다.

 

“샛별아 미안하다.”

 

또 한번은 외부인 출신의 한 형이, “너는 학부출신이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기도의 사람이 될 수 있었니? 나는 고작 1년 신대원 수업들으면서 열정적인 기도를 잃어버렸는데.”라는 말에 “연세교 금요기도회에 같이 가실래요?”라고 전도를 했던적도 있었다.

 

외부인이나 토박이나 우리는 하나 모습은 달라도 예수님 한 분만 바라네 사랑과 선행으로 서로를 격려해 따스함 으로 보듬어 가리 주님 우리 안에 함께 계시니 형제 자매의 기쁨과 슬픔 느끼네 토박이와 외부인 안에 있는 주님 모습보네 주님기뻐하시네 주님 우릴 통해 계획하신 일 부족한 입술로 찬양하게 하신 일 주님 우릴 통해 계획 하신 일 토박이 외부인 통해 하실 일 기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