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일생
사모
감신
2022. 1. 7. 05:39
지금까지 이런 직분은 없었다. 그녀는 평신도인가 목회자인가? 갈비도 아니고 통닭도 아닌 사모(師母)라는 타이틀은 누가 만들었을까?
사모는 보통 스승의 아내를 의미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장님의 부인도 이런 호칭으로 불린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목사, 부목사, 전도사의 아내도 모두 사모라는 타이틀로 불린다. 같은 사모지만 담임자의 사모인지, 부목사의 사모인지, 그리고 전도사의 사모인지에 따라 엄청나게 대우가 달라진다. 목사이기 이전에 사람인 것 처럼 사모이기 이전에 여자이며, 부모에게 사랑받는 딸이며, 자식이 있다면 엄마이다. 하지만 사모라는 타이틀을 받는 순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담임자의 사모가 부목사를 갈구(喝救: 꾸짖어 구원하다)거나 부목사의 사모를 종부리듯 부리는 잘못된 행동은 본인이 담임자의 아내로서 교회의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자아상에서 나오는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예를들어 교육부에 들어가 감내와라 배내와라 나에게 보고하라라는 등의 본인이 담임목사인 줄 아는 월권행위 혹은 더 나아가 부교역자 아내의 뺨을 때린다거나, 혹은 부교역자를 때리는 것도 다 이런 부작용에서 나오는 행태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종류의 사모들은 자기 남편 담임목사를 휘어잡고 살기때문에 통제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모의 특징은 오직 교회, 오직 주님, 오직 목회라는 모토로 인생을 살아간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은퇴하게되면 교회도 주님도 목회도 사라지고, 자녀들은 다 출가해서 외인이 되고 남는 것은 초라하고 말 드럽게 안듣는 고집스런 노인네 남편과 나이든 자기 자신 뿐이다. 그동안 사모님 사모님 하던 교인들의 발길도 끊어진다. 혹시나 본인이 개척한 교회라면 그래도 뒤에서 원로정치로 후임자에게 대접받을 수 있겠지만 그냥 평범히 은퇴한 목사의 아내라면 갑자기 변한 자기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목사들이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목매는 것은 아닐까? 감독을 하면 은퇴해도 교단에서 돈이 나오고, 은퇴해도 감독이라 불리며, 은퇴해도 설교하라고 부른다. 그리고 은퇴해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자아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 모든 이들이 상실에 대한 경험을 하지만 그 충격을 그래도 많이 줄일 수 있다.
한국의 모든 사모님들이 사모라는 타이틀에 자신의 삶을 가두지 않으면 좋겠다. 하지만 목회라는 특성상 아내의 서포트가 절실히 필요하기에 사모님들이 최소한의 목회보조만을 하면서도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시면 부교역자들의 아내들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1+1이 아니라 그냥 1이다. 교회 나와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