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 나의 사상
목회 시리즈 3편 - 그냥 찢어서 나와
감신
2022. 1. 13. 22:36
부교역자를 하면 언제나 그 다음 스텝에 대한 생각에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나 장인어른이 큰 교회 담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돈 없고 빽 없으면 생각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타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부교역자를 하다보니 나도 이런 복잡한 심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영어사람들 교회에 한국목사가 있으면 당연히 한국인들이 모이는 법. 그 한국인들 제법 모여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규모가 된 것 같았다. 가끔 교제하던 한국 목사님들을 만나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에게 했던 소리가 있었다.
"그냥 거기 한인들 찢어서 나와서 개척해"
이미 찢겨서 만신창이가 된 예전 교회들로부터 갈 곳이 없어 나와 돌고 돌다가 결국 온 곳이 영어사람들이 모인 교회인데 또 여기서 찢어짐을 경험하는 것은 그들의 가슴에 못을 두 번 박는 일임을 알기에, 그리고 교회 찢어서 나오면 그 이름표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런 생각 일랑은 마음의 문턱 조차도 밟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부목으로 한 교회를 섬겼다. 사실 부목사들이 담임보다 더 설교를 잘한다. 물론 부목사 중에 정말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에이~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젊은 목사들이 시대를 더 빨리 읽고 말씀도 훨씬 더 잘 전한다.) 아버지도 젊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알았다. 담임 배신하고 교회 찢어서 나온다는 것은 이름표가 평생 교회 찢은 목사라는 이름표가 달린다는 것을.
어머니도 어린 나를 엎고 매일 담임목사님 사모님도 안나가는 새벽예배에 나가서 그렇게 주여 삼창 기도를 하셨단다. 담임 사모님이 제발 좀 애기도 있는데 새벽예배 쉬라고 그러다가 골병난다고 해도 어머니는 아니라고 계속 교회를 위해 나가겠다고 하며 나가셨다는데 그 담임 사모님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미웠을까? 애기걱정 부목사 사모걱정 한 것이 아니라 교회 여론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니 새벽기도회 나오지 말라고 했던 건데, 아무튼 결론은 우리 가족은 그 교회에서 쫓겨났다.
(쫓겨나는 날 청년부, 남선교회, 여선교회에서 쫓겨날 이는 저 사람인데 왜 목사님이 나가냐고 했지만, 그 담임이 알아봐 준 저 시골 어느 마을 교인이 한 명있는 그 교회로 아버지는 가족을 이끌고 가셨다.
그 이후 몇 년이 지나 같은 지방에서 그 목사를 만난다. 그 목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공손히 인사드리며, “훈련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 목사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떨었다고 한다.)
여기도 사람사는 곳인지라 양도둑놈들이 있다.(여기서는 그것을 Sheep Stealing이라 부른다.) 신뢰로 맡겨놓으니 마음 도적질하여 압살롬처럼 자신의 살림을 위해 떼어가는 목사들이 여기도 있었고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았다.
코로나로 한인들의 수가 많이 줄었다. 아무래도 한인들만 중점적으로 돌보았기에 한인의 수가 줄어듦은 내 고용의 이유도 없어진다고 여겼다.
“무엇을 할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 먹자니 부끄럽구나”라고 말한 불의한 청지기처럼 생각해봤지만 할게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대학교 진학이었다. 상담과정 학부를 합격했다. 합격사실을 교회에 말하니, 담임이 상담을 하자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 교회에 나오는 한인이 줄어든다. 한인들 나오게 하려면 한인교회처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할수록 이 교회방향과는 반대로 가는 것 같다.(지난 번 글처럼 난 한인들이 많아지게 하기 위해 그리고 한인들을 기쁘게 하기위해 교회방침은 No인데 한인들을 위해 그 No를 Yes로 만드는 목회활동을 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교회에 짐만 될 것 같습니다. 제 자리가 없어질찌라도 더 이상 No를 Yes로 만드는 활동은 그만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온다. 아마도 이제 내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느낌적 느낌이 들어서였다. 담임목사 눈물을 흘리는 나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를 향한 큰 뜻과 계획이 있다. 같이가자. 내 너를 떠나지도 않으리라 내 너를 버리지도 않으리라.”
그렇게 나는 외국인 노동자 부목사로서 코로나 가운데에서도 살아남았다. 주님의 은혜. 하나님께 영광을.
“무릇 자기 목숨(직장)을 보전하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는 자는 살리리라” (누가복음 17:33)